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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동기부여

김연아 난 머리카락 한올도 흔들리지 않겠다.

by 마지막벵거볼 2022. 11. 29.

 

피겨스케이팅 불모지

김연아가 등장하기 전  한국은 피겨스케이팅 불모지였다. 한국은 빙상 스포츠 중에서도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 등 레이스 종목에 특화된 나라였다. 피겨스케이팅은 국내 후원이나 투자도 없을뿐더러 관심도 없었다. 만약 김연아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에서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은 없었을 것이다. 국제무대에서도 전통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한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피겨 스케이팅에 엄청난 투자를 해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겨우겨우 올림픽 출전권만 얻는 수준이었고 순위도 최하위권만 기록하는 수준이었다. 관심도 투자도 없는 종목이라 출전권만 따도 그 결과로 만족을  해야했다. 그뿐만 인가 열악한 지원 때문에 전용 빙상장도 아니고 일반인들도 쉽게 들어와서 즐길수 있는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훈련했다. 무명 시절도 아니었으며 국제 대회에서 많은 상을 타서 인지도가 한창 높을 때였다. 그런 김연아를 보고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구경하는 곳에서 연습을 한 것이다. 화제가 된 건 이런 김연아가 연습 도중에 눈물을 흘린 게 영상에 남아있다. 김연아는 이때를 회상하며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연습을 하고 있을 때 라이벌인 다른 선수들은 개인 링크를 사용하고 있을 걸 생각하니 분해서 눈물이 나왔다."라며 그때의 심정을 이야기했다. 김연아는 한국에서 훈련을 할 때 링크의 추위가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외국 전지훈련을 갔을 때 부럽고 신기했던 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링크가'춥지 않다'는 것이었다. 김연아는 말한다 "추운 곳에서 몸이 굳거나 긴장한 채로 훈련하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어떻게 훈련했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을 탓하며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불편하고 험난한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기꺼이 가는 것.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이런 피겨스케이팅 변방국에서 그것도 열악한 환경에서 김연아 같은 피겨스타가 나온 건 정말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국내와 아시아를 넘어서 전 세계 피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 대한민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놀랍다.

 

라이벌 아사다 마오

김연아 얘기를 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아사다 마오이다. 아사다 마오 와 김연아는 영원한 라이벌이다. 나이도 같았을뿐더러 한일 관계 특수성 때문에 언론에서는 둘의 맞대결을 더욱 부각 시키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2009년 이후로 김연아에게 밀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아사다 마오는 2위보다는 사실 1위가 어울리는 선수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에서 3회 우승했으며 피겨 역사 최초로 6개 그랑프리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등 최초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는 기록들을 많이 세웠다. 하지만 아사다 마오가 2인자로의 모습이 강했던 건 인생에서 가장 큰 대회인 2번의 올림픽에서 김연아에게 2번 모두 패한 것이다. 아사다 마오에게 김연아의 등장은 그렇게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척박한 환경에서 천재적인 재능과 노력으로 우뚝 선 김연아, 그리고 어릴 때부터 주목받으면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아사다 마오의 대결 구도는 일본 언론에서 먼저 주목했다. 김연아와 최종 전적은 김연아가 16전 10승 6패, 시니어만 본다면 13전 9승 4패이다. 2007-08시즌 전까지는 서로 정말 라이벌처럼 승리를 주고받았지만 2008-09 시즌 이후로는 실질적으로는 김연아가 9번의 경기 중 7번을 이겼다. 그러니 근 10년을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최정상 자리를 티격태격하며 지켜낸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보도한 둘의 라이벌 구도와는 다르게 둘은 친했다고 한다. 경기장 뒤에서 둘이 사진을 찍으며 친분을 쌓기도 하고 대화도 많이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그러나 이를 김연아가 언론에서 시인한 적 있는데 "서로를 싫어하는 극성팬들의 분위기와 경기에 집중을 하다 보니 아무대로 경쟁구도 때문에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아니나 다만 다른 선수들보다는 거리감이 있는 편이다."라고 대답했다.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와의 인연은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이 마지막이었는데 올림픽이 끝난 후 대기실에 앉아 있던 김연아에게 아사다 마오가 먼저 다가갔고, 함께 사진 찍자 요청하여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둘은 서로를 꼭 껴안으며 '그동안 수고했어.'라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서로 경쟁 구도였기 때문에 싫어했던 감정도 있었을 것이고 둘을 항상 붙여 놓으려는 언론 때문에 부담감도 있었었을 거 같다. 그러나 서로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온 지  서로만 알기 때문에 서로를 위로할 수 있었다. 이런 게 스포츠의 낭만이 아닐까 한다. 

 

선수 생활을 끝마치며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을 은메달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 짓는다.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편파판정 논란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비판을 많이 받았다. 프리 경기에서 김연아는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수행했지만 소트니코바는 연결 더블 룹 두 발 착지 실수를 저질렀음에 불구하고 엉덩방아를 찧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골적인 밀어주기 판정을 받아 금메달을 차지한다. 세계에 언론들도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판정은 문제가 많다.'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억울할 만한 이경기에서 김연아는 인터뷰에서 또 한 번 충격을 준다. "선수가 매번 잘 할 수도 없고 매번 똑같은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것들은 제가 해결한 문제가 아닙니다.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입니다. 저는 최선을 다했고 준비한 만큼 발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지금은 그저 끝났다는 것 외엔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마지막 무대에 미련 없이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보여줬으니 미련이 없다.라는 말은 김연아의 맨탈을 보여주는 인터뷰였다. 

 

 

 

"앞으로 또 닥칠지 모르는 일들이지만 큰 두려움은 없다. 무언가 아무리 나를 흔들어 댄다 해도 저는 머리카락 한올도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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